
왕가위 감독의 따뜻한 영화 <중경삼림>
1994. 7. 14일에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작품 영화 중경삼림은 로맨스 드라마 장르로 양조위, 임청하, 금성무, 왕페이 주연의 영화로 1995년 홍콩 영화 금상장 4개 부분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편집)을 수상을 받았다.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이 우연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왕가위 감독의 첫 영화 <열혈남아>가 큰 흥행을 얻었지만, <아비정전>에서 흥행 실패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차기작으로 준비하던 <동사서독>을 촬영하면서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쳐있던, 왕가위 감독은 몇 년 동안 생각해 왔던 간명하고 빠른 현대 영화를 촬영하고자 했고, 완성된 시나리오가 아닌 미완성된 시나리오를 써나가면서 순차적으로 촬영했다. 그러다보니 영화 <중경삼림>은 촬영 당시 리허설도 없는 즉흥적인 촬영이 많았고, 길을 가다 좋은 촬영 장소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스탭과 배우들을 불러 급하게 정해진 촬영 장소에서 촬영 몇 시간 전 카메라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배우들에게 대사를 가르쳐주며 촬영했다. 23일 정도의 촬영 기간과 2달의 편집 기간 소요, 슬럼프에 빠진 왕가위 감독이 기분 전환과 경제적 난관의 타개를 위해 계획 없이 우연히 제작하게 된 영화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이자 히트작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왕가위 감독 작품들을 중 은유와 상징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중경삼림>은 난해할 것 없이 감성적이고, 시각적으로 왕가위 특유의 흘리듯 촬영한 미장센들이 빛을 발휘했고, 이 덕분에 대중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던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일 수 있는 이야기.
내가 이 작품을 애정하는 이유 제일 큰 이유는 빠질 수 없는 영상미이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놀랍도록 감각적인 영화로 세대와 관련없이 반응이 좋으며,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 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해 대중이 전반적인 스토리를 공감하고, 이해하기엔 현실성이 떨어져 난해한 내용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긴 하나, 오히려 나는 그 부분이 좀 더 마음에 와닿은 게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라는 삼림 속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사람들을 마주치며 살아가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그중 일부는 깊은 관계를 우연히 맺기도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슬픔을 느끼기도, 그 슬픔을 덮어주기도 할 것이다. 영화 인트로 부분에 내레이션처럼 흘러나오는 저 대사처럼, 극 중 배역에 대입해 영화를 몰입해서 본다면, 당신도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부와 2부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옴니버스 방식
영화 <중경삼림>은 1부와 2부 중경이라는 같은 지역안에서 두 남, 여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의 방식의 이야기이다. 1부는 자신을 황금색 가발과 선글라스, 그리고 레인코드를 착장해 본모습을 숨기는 여자 마약밀매업자(임청하)와 얼마 전, 만우절날 오래 사귄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당한 남자 경찰 223 (금성무)의 하룻밤의 미묘한 만남을 이야기로 펼쳐지며, 2부에선 얼마 전 이별을 통보당한 경찰 663과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는 점원 페이의 교감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
4월 1일 만우절, 오랜된 연인 '메이'로부터의 이별 통보로 연인이었던 관계가 거짓말처럼 끝이 났다. 믿기 힘들 만큼 어려웠던 그 이별통보를 받아들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한 달, 직접 귀로 들었지만, 믿을 수 없던 경찰 223 하지무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자 자신이 생일인 5월 1일까지라는 유예 기간을 자신에게 준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는 울지도, 화를 내지도 않으며 그렇게 조용히 이별을 받아들인다. 알 수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이별 통보를 받고 난 후, 5월 1일 자신의 생일을 유예기간으로 주면서 5월 1일 유통기한을 가진 통조림을 사모으는 남자 경찰 223 하지무. 결국 5월 1일까지 연락이 오지 않자 그제야 이별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집 어항 앞에서 모아둔 통조림을 30개를 한 번에 먹으며 현실을 마주 보게 된다.
유난히 경찰 223 하지무는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공허함 마음을 음식으로 채우고, 조깅을 하며 숨을 턱 끝까지 차게 오르게하여, 지금 당장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일까 유난히 영화 속 애정이 많이 갔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2부 <California Dreamin'> 페이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의 가게 주인인 사촌동생 페이는 단골 손님 경찰 663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수줍은 학생처럼 그가 등장하면, 그 주위를 맴돌며 괜히 주변을 서성이거나 훔쳐본다. 어느 날 경찰 663의 전 연인이 맡긴 편지를 보다가 동봉된 그의 집 열쇠를 발견하게 되고, 663에게 편지를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핑계로 그의 집 주소를 알아낸 페이는 663의 집을 몰래 들락거리며, 그의 집을 들락거리며, 전 연인의 흔적을 지워 그의 실연을 도와준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아마, 이 장면이 아닐까? 하지만 난 페이를 보면서 자신이 마음에 제일 솔직했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에선 분명한 범죄 행위일지라도 그녀의 발칙한 발상을 실행시키는 페이가 귀여워 보이는 건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페이의 첫 등장 시 흘러나왔던 OST <California Dreamin'>은 페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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